공지 및 문의
NEWS
음식과 함께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공지사항
  • [공지] 오뚜기 제2회 푸드 에세이 공모전 심사평

    2022.05.20

  • 고단한 삶에서 길어 올린 생명의 찬가들


    최원현

    수필가⋅문학평론가⋅사)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사)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창립 53주년을 맞는 오뚜기가 시행한 제2회 푸드 에세이 공모전은 ‘음식과 함께하는 당신의 이야기’란 주제로 지난해보다 무려 500명이 더 늘어난 6,022명이 응모하는 큰 호응을 보였습니다. 그만큼 오뚜기 푸드 에세이 공모전이 관심을 끌고 있다는 증명이며 음식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가를 보여주는 면이기도 합니다. 특히 음식은 나와 가족과 가족의 삶으로 연결되면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로 보여집니다. 응모된 이야기들을 1차에 3,664편으로, 그걸 다시 600여 편으로 압축 심사한 후 132편을 최종심에 올려 그중 66편을 수상권에 넣었습니다. 그러니 6천 편이 넘는 속에서 66편 안에 들었다는 것만도 대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음식과 함께하는 나와 가족과 삶의 이야기들이라서인지 읽으면서도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고 저도 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음식의 기억은 절박한 생존이기도 하지만 나라는 존재를 생각게 하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사람 그러나 음식은 맛을 넘어 멋이 되기도 합니다.

     단순히 먹는 것으로만이 아닌 요리라는 작품으로서도 생각할 수 있는데 거의 모두가 생존적 먹거리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음식문화가 무수한 변천과 발전을 가져왔음에도 미래의 먹거리에 대한 생각을 해 보는 작품도 기대만큼 없었습니다. 대중문화의 한류 바람만큼 우리 음식의 세계화에도 시각을 확대해 볼 필요는 없었을까. 보다 폭 넓은 사고의 확대가 필요한 부분이며 특히 응모자의 60-70%가 2.30대이면서도 너무 편협적인 사고(思考)의 틀에 갇혀있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습니다. 생각지 못할 재미있고 뛰어난 자기만의 레시피도 선보일 법한데 그런 것도 없었습니다. 다양한 먹을거리, 식량 위기, 환경과 먹을거리, 미래 식량 등으로 소재를 넓혀가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푸드에세이는 그런 다양한 이야기를 불러올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작품의 수준이 좋아졌지만 변화의 시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사는 이들이 보여줄 수 있는 참신성과 독창성은 아쉬웠습니다. 


     오뚜기상 수상작 <미역국의 내력>은 미역에 대한 사유가 푸짐한 한 상입니다.

     미역을 보면 친정어머니가 생각나고 친정어머니를 생각하면 미역이 떠오를 만큼 미역은 친정어머니의 생을 이어주는 생명줄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늘 미역을 융숭하게 맞이했습니다. 그런 미역과 건조장이 태풍에 모두 날아가버렸습니다. 삶이 송두리째 신음하고 거기에 사라진 미역처럼 첫 아이까지 유산됩니다. 너무 큰 상실감에 급기야 남편과 함께 어촌을 떠납니다. 그런 우여곡절 속에 선물처럼 아기가 들어서고 기적처럼 해산을 하고 다시 바다로 돌아옵니다. 그 아이가 자라 결혼을 합니다. 미역의 생애처럼 온몸으로 바다를 끌어안던 어머니, 반월 된 딸아이를 위해 미역국을 끓이는 작자의 마음이 따뜻이 스며나게 합니다. 그 어미 그리고 생명의 뿌리인 바다와 미역을 잘 그려냈습니다. 푸른 생명력을 지닌 미역의 생애에 비유된 어머니의 생애와 감각적인 문장들이 미학적 형상화를 이루었으며, 존재의 근원에 대한 사유는 삶의 의미를 공고히 하면서 고단한 삶에서 길어 올린 생명의 찬가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으뜸상 수상작 <마지막 부추김치>는 눈물의 부추김치 맛이 변해가는 과정까지 끌어안고 있습니다. 엄마와 봄맞이 파마까지 하고 엄마의 부추김치 한 통까지 받아왔는데 엄마가 쓰러지고 그렇게 가십니다. 병원에 계시는 동안도 엄마의 김치를 아껴먹으며 회복을 기도하고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부추김치에 엄마의 생명을 기대하는 안타까움이 절절합니다. 그 어머니의 손맛을 기억하며 담아본 부추김치, 엄마가 가신 후 모든 것을 잃었지만 혀끝의 기억으로 엄마의 맛을 소환하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내가 담은 부추김치가 푹 익기를 그려내는 작자의 마음이 아리도록 스며 나는 작품입니다. 예기치 않은 엄마의 죽음으로 엄마가 해주신 마지막 음식이 된 부추김치를 통해 엄마의 음식은 보약이었고 사랑이었음도 깨닫습니다. 엄마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과 가없는 기다림이 숙성된 부추김치 같은 깊은 맛으로 독자를 이끕니다.


     화목상 수상작 <통닭 세 마리>는 아버지와의 추억이 사근사근 살아나게 합니다. 월급날마다 아버지가 사주시던 통닭, 두 마리를 사면 한 마리를 더 주던 통닭집 아주머니의 인정과 그때 그 맛의 추억이 마음의 온도로 떠오릅니다. 아버지의 실직 때는 외상으로도 사 먹던 통닭, 동네 시장에서만 가능했던 정과 사랑의 맛은 삶의 따뜻함에 진심어린 정겨운 격려입니다. 서로 아끼고 배려하는 이웃의 정이 각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에게 참 정의 맛을 느끼게 합니다. 소박하고 정겨운 인간미에 얹힌 베풂의 미학이 독자의 마음을 덥힙니다.


     <아주머니의 떡볶이>는 가난한 시절 추억의 문방구에서 팔던 떡볶이의 추억을 정겹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몸이 불편한 주인아주머니가 돈이 없어 사 먹지 못하는 아이들만 골라 가만히 불러들여 떡볶이를 먹이는 풍경이 오래도록 여운처럼 남게 합니다. 힘들었던 시절에 장애를 지닌 아주머니가 대가 없이 베푼 고마움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아주머니가 지닌 휴머니즘과 고마움을 전하고자 하는 작가의 성찰이 마음을 훈훈하게 합니다.


     <나는 맛탕 할머니입니다!>는 맛탕에 대한 추억을 잘 그려내었습니다. 나를 닮아 고구마를 좋아하는 딸아이, 제 엄마처럼 고구마 맛탕을 좋아하던 손녀, 그런데 그 손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온 세상이 무너져버립니다. 그러다 손녀만 한 아이들이 놀고 있는 놀이터가 눈에 띄고 그 아이들에게 맛탕을 가져다주게 됩니다. 그렇게 손녀에 대한 그리움 맛으로 맛탕을 만드는 맛탕 할머니가 됩니다. 손녀를 잃은 아픔 상실과 결핍의 고통, 고구마 맛탕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맛에 대한 맛깔난 표현, 개인적 아픔에서 벗어나 이웃 사회로 넓혀간 바람직한 시각도 돋보입니다.


     <엄마와 칼국수>는 기구한 삶의 한 면을 보여줍니다. 엄마가 하던 칼국수 집, 한량으로 엄마의 등골만 빼먹던 아버지, 급기야 딴 살림을 차려 나가버린 아버지는 부부의 연까지 끊습니다. 그런데 작자도 그렇게 남편과 헤어지고 엄마가 하던 것처럼 칼국수집을 냅니다. 남편과 연을 끊던 날 찾아갔던 엄마의 무덤, 엄마의 제사상에 칼국수 한 그릇을 올리는 딸의 마음이 아리게 스며납니다. 불행했던 과거와 칼국수를 끓이는 현재를 교차시키며 예민한 감수성과 서사의 긴장미를 살린 글로 엄마의 기운을 받는 글의 맺음도 좋았습니다.


     수상하신 수상자에겐 큰 축하를 드리며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좋은 작품이었으나 이번에 수상권에 들지 못 하신 분들은 꼭 다음 기회엔 수상 하실 것입니다. 글을 쓰는 즐거움과 행복 그리고 보람의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